장례식장에서 몇 달을 지냈다. 글을 쓸 작업실을 찾다가 그리되었는데 일단 조용할 것 같았고 나중에 장례에 관한 글을 쓸 계획도 있었다.
지내보니 조용하지만은 않았다. 작업실로 쓰던 이층 상주용 방에서 창을 열면 일층 장례식장 소리가 들려 왔다. 삶은 울음으로 요약되는 것이었다. 가장 슬픈 이별이 일상이 되는 공간에서 나는 창창하게 살아갈 아이들이 읽을 동화를 썼다.
지친 유족들이 잠들고, 떠들썩하던 조문객의 술판도 잦아든 늦은 밤에는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다.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서는 느낌에 등을 곧게 세우고 새벽을 맞았다. 창밖이 밝아 오면 눈에 수건을 올리고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밤, 글이 써지지 않아 방바닥에 드러누웠다가 문득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은 옆방이 궁금했다. 드물게 장례식장이 텅 빈 날이었다.
장례 지도사가 옆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금기는 유혹,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스위치를 켰다.
방이 번쩍 밝아지자 쌓여 있는 관이 보였다. 그중에 내 눈길을 끈 건 처음 보는 아이용 관이었다. 오래되어 바짝 마른 나무판에 하얀 먼지가 융처럼 쌓인 관.
아이들이 쓰는 물건은 모두 귀엽다. 관마저도 아이의 신발처럼 작고 짧고 귀여웠다. 나는 아이용 관을 열어 보았다. 아이가 눕기에는 딱딱해 보였다. 어깨가 편하도록 폭이 조금 넓었으면 싶기도 했다.
슬프도록 예쁜 아이용 관을 보다가 조용히 뚜껑을 닫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벽 너머에 쌓여 있는 관을 생각하니 어쩐지 열심히 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잠은 더더욱 오지 않았고. 그때 쓴 동화책을 보면 지금도 관 생각이 난다. 여전히 그곳에 있었으면, 먼지가 쌓이고 쌓여 아무도 찾지 못했으면, 제발 영원히 쓸 데가 없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김남중 님 | 동화 작가

김남중 님은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바람이다1.2》, 《불량한 자전거 여행》, 《새나라의 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http://www.positive.co.kr/good/71344_48_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