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속에 독도 명예 주민증이 있다. 방문한 사람 누구에게나 발급해 주는 거지만 볼 때마다 동해 한가운데 철저하게 혼자이던 독도가 떠오른다.
독도를 처음 보러 갈 때는 비행기를 탔다. 공군에서 제공한 수송기는 대관령을 넘고 동해를 건너 울릉도를 지나 독도를 찾아갔다. 돌을 던지면 닿을 것 같은 거리를 두고 거대한 수송기는 독도를 중심축으로 몇 번이나 급선회했다. 동그란 창밖의 독도는 우뚝했고 바다는 바닥까지 푸르렀다. 하늘 위에서 독도를 바라본 사람은 드물 테지만 직접 느껴 보지 못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았다.
지난 오월 독도에 가려고 포항에서 하룻밤을 잤는데 높은 파도에 배가 뜨지 못했다. 죽도 시장에서 왕문어를 구경한 걸로 위로를 삼았다.
칠월에는 자전거로 한계령을 넘은 다음 동해에서 울릉도행 배를 탔다. 태풍 너구리가 오기 직전이었는데 다행히 자전거로 울릉도를 한 바퀴 돌고 독도행 배에 오를 수 있었다. 한 시간이 넘게 바다를 달리자 독도가 나왔다. 파도도 잔잔하고 날씨도 맑아 접안장에 배를 대고 독도에 섰다.
하늘 위에서 본 독도도 아름다웠지만 바다에서 바라본 독도는 당당하고 애잔했다. 줄지어 서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힘찬 경례로 떠나보내는 경비대원들의 든든함과 제복으로 가릴 수 없는 그들의 풋풋함에도 마음이 뭉클했다.
이삼십 분 머문 뒤 독도를 떠났다. 갑판이 없는 밀폐형 고속선이어서 나는 선실의 뒤쪽 창문을 통해 멀어지는 독도를 바라보았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홀로 서있던 독도가 점점 멀어지며 작아졌다. 독도가 왜 외로운 섬인지 주위를 보니 알 수 있었다. 독도가 점으로 변해 사라질 때까지 바다는 그저 넓고 푸르고 텅 비어 있었다.
그런 동해바다 한가운데에서 지금도 묵묵히 파도를 맞을 독도를 생각해 본다. 독도가 견디는 외로움의 크기란 얼마나 막막한 것인지 가 보니 알 수 있겠다. 독도는 외로워서 더 아름답다. 마치 별처럼.

김남중 님 | 동화 작가

김남중 님은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바람이다1.2》, 《불량한 자전거 여행》, 《새나라의 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http://www.positive.co.kr/good/71349_48_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