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살에 그리스어 공부에 도전했던 카토
Marcus Porcius Cato

배움에 나이가 중요할까?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져서 책을 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한다. 노화와 함께 뇌기능이 감퇴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뇌기능도 함께 노화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아니 오히려 나이가 들어도 뇌세포는 끊임없이 증식을 계속하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배우려는 의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긍정적인 생각만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누구나 오랜 시간 동안 지적인 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

로마 공화정의 정치가이자 문학자였던 카토는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고 배움의 길을 포기 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80세의 나이에 새로운 언어인 그리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삶은 노년에 들어서도 누구나 지적인 생활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일 것이다.

카토는 기원전 3세기 경 로마에 살던 정치가이자 학자였다. 그는 로마가 전 유럽을 석권하고 사치와 부패로 물들기 이전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삶은 플루타르코스가 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검소한 생활과 꾸준한 체력 관리, 로마 공화정에 대한 고결한 이상과 도덕성을 잃지 않았다. 카토에 관한 또 하나의 기록은 바로 키케로가 쓴 <노년에 관하여>라는 책이다. 당시의 시대 상황까지 엿볼 수 있는 이 책에서 키케로는 로마의 젊은이들과 나이든 늙은이들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노년’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 등장하는 노년의 주인공이 바로 카토였다. 그의 사상은 청렴하고 결백한 삶을 최고로 높게 평가하는 스토아 철학과 잇닿아 있었다. 그가 80세에 이르러서까지 새로운 언어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것도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에 유익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스 학습은 카토에게 노년에 이른 자기 삶에 대한 재충전을 의미했다.

키케로 역시 <노년에 관하여>라는 책과 카토를 통해서 노년에 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비판하려 했다. 그 책에서 키케로는 노년에 이른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네 가지 제시했다. 일을 할 수 없다는 것, 몸이 허약해졌다는 생각, 쾌락적인 삶의 포기, 죽음에 대한 강박증. 바로 이런 것들이 노년의 삶이 불행해지는 원인이라고 키케로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사회적인 통념이고 개인적인 생각의 한계를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노년에 대한 편견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노년에 이른 사람들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한계이기도 했다. 그들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고,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키케로와 플루타르코스는 나이든 카토의 삶을 통해서 노년에 대한 선입관을 무너뜨리고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카토는 80대까지 정력적인 정치 활동에 종사했다. 특히 부패한 로마의 정치인과 관료들을 상대로한 수 많은 법정 소송은 그가 말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자신의 이상을 위해 정력적인 활동을 멈추지 않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카토는 말년에 50번이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되었다. 일반적으로 그 당시 로마의 법정에서 고소를 당하는 사람들은 사회 정의를 부르짖던 젊은 정치인들이 대부분이었다. 86세까지 고소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카토가 세상의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기 직전까지도 이런 그의 강직한 성격은 계속 됐는데 말년에 세르비우스 갈바라는 법정관을 노예 학살 혐의로 재판대에 세운 사건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강조하는 그의 고결한 정신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토가 이런 정력적인 삶과 적극적인 인생관을 갖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젊은 시절부터 운동이나 체력단련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열일곱 살의 나이로 한니발의 카르타고와의 전투에 참가한 이후, 그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터에서 지휘관으로 직접 전투에 참여했다. 용맹스러운 지휘관으로서의 모습 못지 않게 그는 전투가 끝난 뒤에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투가 끝난 뒤에는 직접 시종과 함께 식사를 준비할 정도로 성실한 인간형이었다. 심지어 전투 중에는 몸을 가볍게 하고 정신력을 높이기 위해서 물만 마셨다고 한다.

교육에 관해서도 카토는 많은 관심이 있었다. 우선 그의 두 아들을 위해서 카토는 읽기와 법률, 체육 등의 과목을 직접 가르쳤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단지 신체적인 건강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의 교육은 언제나 국가를 지키기 위한 훌륭한 전사, 지혜로운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투창, 권투, 승마 등은 물론이고 직접 무장을 시키고 싸우는 법까지 가르쳤다고 한다. 이것은 실제 전투 상황을 염두해둔 일종의 훈련 방식이었다. 더위와 추위를 참고 이기는 법을 훈련시켰고,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강물 속에서 급류를 헤엄쳐서 건너는 법까지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노년의 건강을 위해서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시민과 청년들을 상대로 공공 봉사활동이야말로 노년에 이른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그는 직접 농사를 짓고, 자손들에게 지혜를 전수하는 책을 썼다. 카토의 입장에서 공공 봉사활동은 나이든 노년들이 자신의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통해서 노년의 삶이 더 가치로운 삶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노년에 이를수록 사람은 자신이 왜 살고 있는지 그 의미를 깨달은 자와 인생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는 두 가지의 부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 부류 중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자들이 훨씬 더 정력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가 80세에 그리스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노년에 이르면 누구나 기억력의 감퇴를 경험한다. 언어 공부에서 기억력의 감퇴는 가장 큰 제약이었다. 그는 이것을 지식을 탐구하려는 열정으로 극복했다. 지적인 호기심은 나이가 들어서도 결코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로마의 뿌리가 되었던 고대 그리스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리스 원전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리스어를 공부하겠다는 뚜렷한 목적과 동기가 있었던 것이다.

분명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카토는 새로운 언어를 배움으로써 자신의 삶이 발전한다고 믿었다. 나이가 많다는 시간적인 제약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을 키웠다. 때로는 이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긴장감을 유지시켜 준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분명한 목적과 동기는 사람을 열정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 카토가 오래도록 지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카토에게 낯선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일종의 낯선 나라와 문화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처할 때 당혹감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그런 낯선 세계를 통해 느끼고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두뇌는 강력한 자극을 받는다. 낯선 여행지를 다녀와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인생에 대한 성찰과 감동과도 같다. 새로운 언어적 자극을 통해서 삶이 풍요로워진다. 카토는 그렇게 남다른 길을 걷고자 했다. 나이가 들어서 언어를 배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자기를 한계 속에 가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초월하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카토가 뒤늦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지니고 인생을 살았던 원동력이었다.

체코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라. 그러면 새로운 영혼을 갖게 된다.’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영혼을 소유하기 위해서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언어, 새로운 세상에 도전할 수 있었다. 만약 새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새로운 언어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

카토를 통해서 우리는 몇 가지 소중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인생에서 늦은 나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이 그 첫 번째이다. 배움의 길에서 나이는 결코 제약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더 건강한 노년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적인 활동을 멈출 수 없다. 카토의 삶은 또한 우리에게 나이가 들어서도 세상은 흥미로운 연구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죽을 때까지 뭔가를 배우고 깨우치려는 노력 속에서 인간은 평생 동안 활기찬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아닐까. 이성의 역할은 나이와 무관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이 사회에 유익한 인간이라는 믿음을 유지하는 것만이 노년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카토처럼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쉽게 늙지도 않았고, 삶의 진정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카토는 그 살아 있는 증거일 것이다.